인터넷의 종착지는 우주[Monday DBR]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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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기원은 1969년 미국 내 4개 대학 연구소의 컴퓨터를 연결하기 위해 구축한 아르파넷(ARPANET)이다. 탄생의 기원이 말해주듯이 인터넷은 연결망이다. 컴퓨터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고 소통하는 수단이 인터넷이다. 요즘은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사물까지도 인터넷으로 연결시켜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일부 과학자와 예술가, 동물행동연구가 등을 중심으로 원숭이나 코끼리, 돌고래와 같은 다른 종(種)과의 연결망을 구축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소위 ‘종 간 인터넷(Interspecies Internet)’으로 불리는 이 신기술은 아직 구상 단계이나 4차 산업혁명이 성숙기에 접어들 때쯤이면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렇게 연결의 폭이 넓어지다 보면, 인터넷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와 모든 사물, 모든 종을 넘어 우주가 될 것이다.

고전을 통해 인터넷의 미래에 관한 혜안을 찾고자 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중국 고대 사상가 장자(莊子)다. 장자 사상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분 짓지 말고 두루 소통하라’는 것이다.

장자의 사상 체계에서 볼 때 돌, 기와, 나무, 새, 물고기 등 모든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하나로 존재하는 통합체다. 그래서 사물을 대소(大小), 경중(輕重), 고저(高低)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종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선악(善惡)과 미추(美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 수평적 존재이며 이러한 관계는 사람과 두더지, 사람과 민들레 등 서로 다른 종들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장자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가 잠에서 깨니 인간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인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호접몽(胡蝶夢) 우화를 들려준 바 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나비와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다. 하지만 광활한 우주와 같은 무의식의 공간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힐 때 그러한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나비가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나비라는 것이다.

종을 초월한 우주적 교감과 소통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호량지변(濠梁之辯)으로 알려진 장자와 혜시(惠施) 간 논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호량지변은 호수(濠水) 위에 있는 다리에서 나눈 이야기라는 뜻이다. 장자 추수(秋水)편에 소개된 이 우화에서 장자는 물속의 물고기가 즐겁게 헤엄치고 있음을 다리 위에 서 있는 본인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반면, 혜시는 장자는 물고기가 아니므로 물고기가 즐거운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즉 혜시는 물고기를 종(種) 단절적, 배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장자는 물고기를 종(種) 통합적, 포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화에 담긴 함의를 조금 더 확장해서 보자. 혜시의 생각은 인간이라는 종이 배타적 특권을 누리는 지구에 갇혀 있지만, 장자의 생각은 모든 종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종 간 인터넷과 우주 인터넷을 상상하고, 기획하고, 그에 관한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것도 개체적, 지구적 시각이 아니라 탈개체적, 우주적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앞으로도 하나의 종으로서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는 종 이기주의를 버리고 다른 종들과의 공존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종 간 인터넷은 이러한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혁명적인 기술이다. 그리고 지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 수명이 끝난다. 그 때문에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지구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우주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개척해야 한다. 우주 인터넷은 그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통신 수단이다. 기후변화 등 환경적 요소를 감안할 때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월 15일자(299호)에 실린 ‘인터넷의 미래: 다른 種, 다른 행성으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박영규 인문학자 chamnet21@hanmail.net
#인터넷#종착지#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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