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유행[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06-17 03:00수정 2020-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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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가장 유사한 역대 감염병 모델은 스페인독감이다. 둘 다 폐렴 증세를 보이고, 바이러스 재생산 지수(R값·환자 1명이 감염시키는 사람 수)도 스페인독감이 1.8, 코로나19가 2∼2.5로 비슷하다. 코로나19의 2차 유행을 일찍부터 예상했던 이유도 스페인독감이 한 차례 폭풍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 최대의 재앙이었던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 유럽에서 시작해, 9∼11월 세계적인 2차 유행을 거쳐, 이듬해 초 3차 유행으로 끝났다. 사망자 수는 5000만∼1억 명으로 1차 세계대전 사망자 수의 2∼4배였다. 당시 조선도 인구의 38%(288만4000명)가 ‘서반아 감기’에 걸려 14만 명이 사망했다. 조선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때는 9월, 스페인독감 2차 유행 시기였다. 전국적으로 절정에 달한 때는 10월이었는데 농촌에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 한 논이 절반 이상이었다고 한다.

▷북반구에서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는 여름이 되면 남반구에서 유행하다 가을에 북반구에서 재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봉쇄를 완화한 곳곳에서 환자가 속출하면서 2차 유행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는 여름휴가를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56일간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던 중국 베이징은 최근 5일새 106명이 쏟아졌다. 인도는 한 달 전 300∼400명이던 일일 신규 환자가 2000여 명으로 폭증했다. 미국에선 22개 주에서 환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윌리엄 셰프너 밴더빌트대 교수는 “2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국내에선 생활방역으로 전환한 지난달 6일 이후 수도권 환자 수가 0명에서 1069명으로 급증했다. 생활방역 전후로 R값이 0.45에서 1.79로 뛰어 다음 달 2차 유행이 온다는 예측도 나왔다.


▷스페인독감처럼 코로나19도 2차 유행이 더 혹독할 것 같다. 여름에 온다면 여름철 온열질환과 증상이 비슷해서, 가을에 오면 독감과 발병 시기가 겹쳐 환자 선별이 어려워 제때 진료받기 어렵고 의료 인프라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적으로 810만 명이 감염됐는데도 항체형성률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2차 유행의 위험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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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유행의 경고음에도 많은 나라가 경제 때문에 2차 봉쇄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독감 때는 한 국가 내에서도 치명률이 달랐는데 지방정부가 일찌감치 개입해 위험시설을 폐쇄하는 등 과감한 거리 두기 정책을 시행한 곳이 피해가 적었다. 그때와는 100년의 시차가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도 거리 두기 이상의 묘수를 떠올리기 어렵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코로나19 사태#스페인독감#2차 대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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