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대 최대 3차 추경 내놓자마자 벌써 4차, 5차 거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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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35조3000억 원의 ‘초대형’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48년 만의 3차 추경일 뿐 아니라 단일 추경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성장률을 단 0.1%라도 플러스로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실린 것이지만 이로써 올해 말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 원으로 1년 만에 111조4000억 원이나 증가한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4차, 5차 추경까지 현실화된다면 나랏빚은 더 걷잡을 수없이 불어날 것이다.

정부는 3차 추경의 3분의 2인 23조9000억 원을 한국판 뉴딜과 고용안전망 확충에 사용하고 나머지 11조4000억 원은 줄어든 세수(稅收)를 메우는 데 쓰기로 했다. 3분의 1은 다른 지출을 줄여 마련했지만 23조8000억 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국가채무비율 상승은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무너진 경제를 살리려고 한국보다 채무비율이 높은 선진국들까지 재정을 풀고 있는 만큼 추경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추경이 거듭될수록 재정 악화에 따른 위험이 점증하는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추경이 통과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로 높아져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는 기준선으로 제시한 46%에 바짝 다가선다.

누군가는 브레이크 밟을 준비를 해야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적자국채도 GDP만 늘린다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좋은 부채론’을 주장하며 액셀을 밟을 기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차, 5차 추경도 주저해선 안 된다”며 군불을 지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 1인당 20만 원씩 총 10조 원이 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주자고 주장한다. 이런 것이 경제전문가들이 걱정하는 ‘재정중독’ 초기 증상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로 내려 통화정책 수단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재정을 계속 풀다가 국가신인도 하락이란 벽에 부딪혀 재정정책 수단까지 망가지면 우리 경제는 통제력을 잃게 된다. 재정 풀기 유혹에서 한발 물러나 시중 부동자금 1100조 원을 생산적·건설적인 분야로 유도해 경제를 살리는 방법을 찾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21대 국회#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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