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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의대 정원[횡설수설/우경임]

입력 2020-05-29 03:00업데이트 2020-05-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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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콧물을 훌쩍거려도, 눈이 간지럽다고 비벼도, 피부 발진이 생겨도 쪼르르 병원에 달려갔다. 동네 병원이 상가 건물마다 들어서 있으니 평소 의사 부족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개구쟁이인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피가 줄줄 흐르는데 병원을 찾지 못해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흉터 제거를 하는 성형외과는 보였지만 봉합 수술을 하는 외과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상급병원 응급실로 가서 꿰맸다.

▷일은 고되고 의료사고 위험이 큰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응급의료·중증외상센터는 만성 구인난에 시달린다. 지방 산모들은 산부인과를 찾아 원정 출산을 간다. 의료계는 의사 수는 충분하나 낮은 수가로 배분이 왜곡된 수급 불균형의 문제라고 본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및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를 의사 수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당청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공공의료 중심으로 500명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9명)보다 적은 7.9명,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3.3명)보다 적은 2.3명(한의사 제외하면 1.9명)이었다. 반면 의료계는 연평균 의사 증가율이 3.1%로 OECD 평균(1.2%)보다 2.6배 높다는 것을 근거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한다. 이런 속도면 의사 수가 곧 OECD 평균을 웃돌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대 정원 확대는 정부와 의사,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의료계 내에서도 입장이 조금씩 다른데 특히 낮은 수가를 박리다매로 보충하던 개원의들은 반발할 것이다. 전문의가 되기까지 10년 동안 투입한 비용과 노력을 생각하면 납득 못 할 일도 아니다. 우수 학생들의 의대 편중이 심화되고 사교육 시장도 들썩거릴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함수다 보니 어느 정부도 의대 정원을 공론화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우리 보건의료 시스템의 관성을 깨는 충격을 가했고 그 방향을 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상의사뿐 아니라 기초의학과 제약이나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 연구의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월드 스타’가 된 우리 진단키트 업체들의 기술력 뒤에는 의사가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의료계의 실력을 봤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문제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으로 본다. 정원이 늘더라도 의사로 배출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릴 테니 그럴 시간은 충분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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