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시대, 농업-농촌의 가치[기고/이명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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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삶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사실 바이러스의 습격 이전부터 사람들은 ‘뉴노멀’을 말하고 있었다. 뉴노멀이란 당연한 것,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특이한 것,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현상을 말한다. 수십 년간 고도성장을 경험해 온 한국인들이 당연하거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올드 노멀’ 중의 하나가 ‘줄어드는 농업, 사라지는 농촌’이 아니었을까? 코로나의 습격은 농업 농촌에 관한 우리의 오래된 생각들이 오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도 되지 않는 농업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아니다. 이번 사태로 선진국 대형마트의 텅 빈 진열대 사진을 보면서 느낀 두려움을 떠올려보자. 회의, 강의, 주문 등 온갖 일들을 ‘언택트’로 대체한다고 해도 결국 쌀과 고기, 채소와 과일이 장바구니에 담겨 우리 집으로 오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지탱되지 못한다.

둘째, 일자리와 관련해서 농업과 농촌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틀렸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감소 일로에 있던 농업 취업인구는 2017년 128만 명으로 저점을 찍고 상승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취업 인구가 약 40만 명 늘었는데 그중 농림어업 증가분이 11만6000명이나 된다.

최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0년에 공산품 10억 원어치를 만들어내는 데 6.6명이 필요했지만 2015년에는 2.3명만 있으면 됐다. 서비스업에서는 10억 원 매출에 필요한 인원이 20.5명에서 9.8명으로 줄었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이 추세를 더 강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장을 해도 제조업과 전통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다. 농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농촌은 먹거리 생산만 하는 곳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지금 사람들은 농촌에서 치유와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독자, 장애인, 노인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사회적 농업’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한국도 농업이 가진 치유의 능력을 발견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연간 약 7000만 명이 농촌관광을 체험했다. 이는 농촌관광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준다.

넷째, 농촌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층만 남았다? 옛말이다. 최근 매년 5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바꾸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인구 규모 수준이다. 그중 절반은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위기가 끝난다고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농업과 농촌을 낡은 것으로 보는 생각, 이제는 버려야 할 오래된 습관 중의 하나다.

이명헌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뉴노멀#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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