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너지는 취약계층, 무차별적 현금 지원보다 핀셋 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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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관련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정부 여당의 기류가 달라지는 듯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권 정치인들이 처음 주장했을 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도입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례 없는 대책”을 강조하고 여당 관계자들이 잇달아 주장하면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도입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발 경제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기존 관례를 뛰어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맞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들과 프리랜서, 일용직 근로자들은 당장 생계가 끊겨도 정부의 복지 대상에서 빠지는 사례가 많다.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세금 인하는 대체로 여유 있는 사람이 혜택도 받는 것이어서 긴급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제하기엔 역부족이다. 해외에서도 최근 홍콩 정부가 1인당 약 1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호주는 사회수당 대상자에게 약 58만 원씩 주기로 했다. 대만과 마카오는 국민들에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면 총 51조 원으로, 현재 편성된 추가경정예산 11조7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미 재정적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도 쉽지 않고, 얼마나 경기 진작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코로나발 경제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데 한번 크게 돈을 나눠 갖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매달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가 마련한 추경안에는 이미 저소득층, 아동, 노인들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주는 등 기본소득과 유사한 예산이 2조600억 원 반영돼 있다. 여기에서 빠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찾아내 핀셋 지원을 하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정부 부처별 장벽과 정부-지방자치단체 간 칸막이만 넘는다면 기존 제도와 정보망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지원 대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조건한 현금 지원보다 기업과 경제의 체력을 강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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