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개학 연기, 답 없는 교육 격차[광화문에서/김희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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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 올해 중학생이 되는 두 아이가 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겠지만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로 둘은 전혀 다른 3주를 보내게 됐다.

A의 학교에서 온 연락은 문자메시지 단 두 건. 하나는 ‘외출 시 마스크를 끼고, PC방에 가지 말라’는 것. 다른 하나는 ‘권장도서를 읽고, 분수 사칙연산을 공부하라’는 것. 권장도서를 빌리려 해도 인근 도서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 분수는 아무래도 ‘초딩용’을 잘못 내준 것 같아 의아할 뿐이다. 담임교사가 누군지 몰라 물어볼 수도 없다. 학원도 다 쉬어서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에서 채팅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B는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된 시간표에 따라 온라인 방송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는 그냥 ‘온라인으로 공부하라’고만 하면 안 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과목별 과제도 준비했다. 2일부터 담임교사가 전화로 상담도 한다.

둘 다 공립중인데, 어느 학교에 배정받느냐에 따라 첫걸음이 이리 다르다. 물론 개학 연기 전례가 없으니 일선 학교도 막막할 법하다. 아무리 그래도 중학생에게 분수 숙제는 이해가 안 돼 해당 학교에 취지를 물어봤다. 전화를 받은 두 명 모두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 게 없다” “과제는 나도 모른다”고 했다.

이번엔 고교생 이야기다. 서울에 사는 C는 이번 주 학원 3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미뤄지자 한 학원은 자체적으로 모의평가를 치르기로 했다. 다른 학원은 입구에 발열감지기와 간호조무사를 배치하고 홍삼액을 나눠 준다. 개학 연기로 2일과 3일 전국 학교 홈페이지와 학교알리미 서비스는 거의 접속 불가였다. C가 다니는 특수목적고는 발 빠르게 유튜브 채널로 교육 과정을 안내했다. 1학기에 수행평가 시간이 부족할까봐 미리 과제를 내주고 담임교사가 온라인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 D는 올해 고3이지만 입시 일정을 종잡을 수 없다. 1학기 중간고사는 어떻게 되는지, 수시모집 날짜는 그대로인지 궁금하지만 학교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온라인 사교육 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춰 한동안 인강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뿐.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학을 연기한 건 방역 측면에선 적절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개학 연기를 공지해놓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건 부적절하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도 일일이 관리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온라인 강의도 활성화하라고 지시했다. 정작 교육부는 초중고교에 학사 관리 매뉴얼이나 학습 결손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더니 이미 교과서를 다 나눠준 마당에 디지털 교과서 사이트를 안내하거나, EBS 강의를 소개하면서 ‘겨울방학생활’ 교재를 안내하는 식이다. 입으로 일하는 건 쉽다. “마스크 공급에 만전을 기하라” “학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처럼 말이다. 진심으로 일하지 않으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도 마스크 한 장 구할 수 없는 것처럼, 어느 학교 어느 동네냐에 따라 공교육마저 격차를 겪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개학 연기#교육 격차#학습 지원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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