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홍섭]‘처가’보단 ‘처댁’이 어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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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섭 교육칼럼니스트
전홍섭 교육칼럼니스트
가족의 호칭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며느리들은 혼인 후 가족의 호칭문제로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성차별적인 요소도 있어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손아래라 하더라도 시댁 가족들을 부를 때에는 ‘님’자를 붙이는데, 남편은 처가 형제들을 대할 때 하대하는 호칭을 쓴다. ‘시댁’과 ‘처가’란 말만 보더라도 차별적 의식에서 나왔다.

우리말은 친족이나 인척을 대상으로 하는 호칭(부르는 말)과 지칭(가리키는 말)이 너무 복잡하다. 때론 구분 없이 맥락에 따라 혼용되기도 한다. 남편의 남동생은 ‘도련님’, 결혼하면 ‘서방님’, 그리고 여동생은 ‘아기씨’라고 부른다. 반면 아내의 남동생은 ‘처남’, 여동생을 ‘처제’라고 부르며, 심지어는 손위 언니를 ‘처형’이라고 부른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차별적 요소가 있는 호칭을 바꿔 나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처남’, ‘처제’에 맞춰 남편 남동생을 ‘부남(夫男)’, 여동생을 ‘부제(夫弟)’로 하자는 예시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말 화법에 다소 어색하고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언어는 사회성과 역사성이 있다. 사회적 약속으로 지키지만 역사의 변천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사람을 부르는 호칭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면 시대에 맞지 않다. 불합리한 호칭은 인간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체할 만한 말들을 생각해 보자. 우선 처가는 처댁으로 바꾸는 데 별 이의가 없는 것 같다. 남편 손아래 동생의 경우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시동생, 시누이라고 부르면 될 것이다. 지칭어를 그대로 호칭어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형의 경우는 ‘아주버니’ 또는 ‘시숙’이라는 말이 있고, 손위 시누이는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호칭은 우리의 중요한 생활문화다. 또 역사를 거치면서 관습적으로 이어 온 현실 언어다. 이런 면에서 호칭을 바꾸는 문제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시대 변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 호칭은 무슨 법령처럼 획일적으로 개정할 수 없다. 국민적인 공감을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한자식 조어(造語)만을 내세우지 말고 우리말 어법에도 맞아야 한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다.
 
전홍섭 교육칼럼니스트
#시댁#처가#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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