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구]한국식 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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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만 나이로 바꿔주세요’ ‘한국 나이 폐지해주세요’란 청원이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갓 태어난 아이를 0세가 아닌 1세로 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12월 31일 태어난 아이가 다음 날인 이듬해 1월 1일이면 우리 나이로는 벌써 두 살이 된다. 나이 먹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많지 않은 데다 우리식 나이와 만 나이에 연 나이까지 혼용되다 보니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연 나이는 금년에서 태어난 해를 뺀 것으로 관공서에서 징병검사 나이 등을 따지는 데 사용한다.

▷나이 세는 방식의 차이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면 실감한다. 2000년생의 경우 올해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만으로는 18세, 연 나이로는 19세, 우리 나이로는 20세가 된다. 늘 스무 살이라고 하다가 외국 사람을 만나면 18세라고 말하려니 어색하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식 나이를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고 부르고, 유튜브 등에는 그 계산법을 설명하는 동영상도 있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도 과거에는 우리와 같은 나이 계산법을 썼지만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베트남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만 나이로 통일했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했으나 이후에도 전통식 나이 계산법이 계속 통용되자 다시 1950년 법률을 제정하면서까지 만 나이로 통일시켰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난 곧 17세가 될 16세(I‘m sixteen going on seventeen)’라는 노래가사는 나이를 따질 때 개월 수까지 계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몇 살이냐’고 묻지만 서양인들은 ‘얼마나 오래됐냐(How old)’고 묻는다. ‘몇 살이냐’는 질문과 달리 ‘얼마나 오래됐냐’는 질문은 개월 수에 열려 있다. 같은 해에 속하면 하루가 지나도 1년, 365일이 지나도 1년으로 치는 것은 현대적 시간 감각에 어울리지 않는다. 뻐기듯 손윗사람 행세하고 싶어 한 살이라도 부풀리고 싶어 하는 젊은 한때를 제외하곤 나이가 어려지는 걸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 같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만 나이#한국식 나이#코리안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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