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과의례로 전락한 청문회,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도덕성 검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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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이 하나 마나로 진행되는 예가 잦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맥 빠진 청문회를 볼 때마다 깊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청문회를 해봤자 어차피 임명될 텐데 통과의례 아니냐는 것이다.

홍 후보자는 현역병 입영 판정을 받았다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이 된 뒤 만성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바 있다. 홍 후보자는 “법정전염병이었고 치료약이 없어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2001년 4억 원을 주고 매입할 때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를 2002년 매도할 때 각각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의혹과 3차례 위장 전입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누구보다 철저하게 법을 준수했어야 할 법관 출신의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했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다”며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라는 판에 박힌 사과로 모면하려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도입됐다. 2002년 도덕성 잣대에 걸려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연거푸 낙마하는 등 도입 초기에는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부터 장관급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도덕성 검증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순수하게 도덕성 잣대로 낙마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역대 정권이 제도를 입맛에 맞게 악용한 탓이다.

공직 배제 원칙으로 문재인 정부는 병역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에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더해 ‘7대 비리’로 확대하면서 세부 탈락 기준은 낮춰준 바 있다. 그러나 청문 대상인 장관 후보자 3명과 헌법재판관 후보자 1명이 자진사퇴한 것 말고 청문회를 거쳐 탈락한 사람은 없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장관 임명을 강행한 사람만 7명이다. 청문회 도입 후 18년 세월이 흘렀지만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해 온 사람이 그렇게도 드문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도덕성 검증이 청문회에 나가서 하루 이틀 때우기만 하면 되는 통과의례로 전락해 버렸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제도는 이미 무력화됐다. 청와대부터 철저하게 원칙을 지켜 도덕성 검증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도덕성 기준에 미달한 사람을 고위공직에 오르게 하면서 반칙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내세울 수는 없다.
#홍남기#김상환#인사청문회#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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