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민주당 하원 장악, 北 ‘비핵화 이벤트’ 더는 안 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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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불확실성 주시하며 새로운 기회 잡아야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을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의회 권력의 절반을 가져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으로서 초미의 관심은 대북정책 변화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따라 각종 정책을 수정하는 등 국정 기조를 수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독주하면 할수록 야당은 각종 의회 권한을 동원해 집중 견제에 나설 것이어서 일방통행식 정책 집행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의회가 견제하고 나서면 대북 협상도 보다 신중해지고 그 문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원은 대외정책과 관련해 고위공직자 인준과 조약 비준 권한을 가진 상원보다 영향력은 작지만 예산과 법안, 감독 권한을 통해 영향력을 높여가는 추세다.

민주당은 그동안 북-미 정상 간 ‘빅딜’ 방식의 협상에 극도의 불신을 나타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영구 폐기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에서 사실상 유보해둔 북한 인권 문제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간 상·하원 독식 구조에서 행정 재량권을 누리던 트럼프 행정부지만, 이제 의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 적절한 속도 조절과 여론 살피기는 필수조건이 됐다.

공교롭게도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전격 연기됐다. 북한은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만 잘 구슬리면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벤트성 정상회담과 폭파 쇼 같은 눈속임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인 만큼 진정 실질적 진전을 이룰 비핵화 실천 방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경제정책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꾸준히 추진해온 경기부양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추가 감세안 등이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말 법인세 인하 여파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급격히 늘어난 터에 더 이상 재정 부담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통상에 관한 한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미중 통상갈등의 장기화에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미국 내 인프라 확대를 요구해 왔다. 미국에서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하면 1000억 달러의 수입 유발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 기자재, 금융 투자 부문에서 기회가 생긴다. 차제에 2조 달러가 넘는 미국 정부 조달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등 대미(對美) 사업 기회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미 회담#북한 비핵화#미국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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