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2개월 만에 주가 2,000 붕괴… 증시 신뢰회복 대책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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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지수인 코스피가 닷새 연속 하락하면서 어제 마지노선이라 여겨지던 2,000 선이 붕괴했다. 2016년 12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벤처기업들이 몰려있는 코스닥시장도 하루만에 5%나 급락하면서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어제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음 달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국 상하이지수가 크게 떨어지고 이것이 한국 주식시장에 바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를 우려해 어제 아침 주식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점검회의를 갖고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5000억 원 규모의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한 자금을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맥을 못 추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향후 한국 경기의 회복에 대한 회의적 전망과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 신흥국의 금융 불안, 한미 간의 금리역전 격차 확대와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정부는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경기를 살리는 데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돼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 커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우선 정부가 할 수 있는 단기부양 카드를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놓고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빠른 것부터 선택해 과감히 실천해야 한다. 국가 부채가 다소 늘더라도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조언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경험으로 배운 것은 한국경제에 대내적 위협요소와 대외적 위협요소가 충돌할 경우에는 대외적인 리스크부터 줄여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경기 회복에는 부정적이라고 해도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소폭이나마 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볼 만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주요국 증시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증시 사정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도 금물이지만 실제 이상으로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일이다.
#코스피#코스닥#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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