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위험 대출’ 150조, 경제폭탄 뇌관 되지 않도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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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의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 15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인 470조 원의 약 3분의 1로 최근 5년 사이에 약 2.2배 급증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집값 대비 대출액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으면 ‘고위험 LTV’로 분류한다. 집값 하락이나 이자 급등으로 은행이 대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금융권 전체의 신용경색을 부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30% 이상이 고위험 대출이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지난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했다. 여기에 저금리가 장기화되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사례가 급증했다. 반면 지방은 빌린 돈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하락해 LTV가 높아졌다. 향후 지방 집값 하락 폭이 가팔라지면 대출금보다 집값이 낮아 금융권이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금융 당국은 고위험 LTV 대출이 많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70%에 그치고 있는 데다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고 있어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고용 악화로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마저 늘어나는 경우다. 일부 가계에서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외부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불안한 조짐마저 감지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취약계층이 지고 있는 고위험 대출이 경제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이 될지 모른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과도한 대출은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현 상황에서 대안은 아닐 것이다. 소득이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 취약계층의 차주들은 결국 고금리의 제2금융권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올 상반기에 금융사 5곳 이상에 빚을 진 악성 채무의 규모가 120조 원을 넘어섰다. 그 대신 취약계층이 대출 수요를 줄일 수 있게 저소득층 지원이나 자영업 대책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고위험 대출#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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