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또 금리 인상… 따라 올리기도 안 올리기도 힘든 韓國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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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1.75∼2%에서 2∼2.2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1.50%인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올해 6월 기준금리를 올린 지 3개월 만이고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이처럼 미국이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흐름이 좋아 시중에 뿌려진 돈을 흡수해도 문제없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한미 간 금리 격차에 대한 동향을 점검한 결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도 어제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에서와 같은 자본유출 우려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를 보는 한국으로서는 착잡할 수밖에 없다. 벌어진 금리 격차는 한국과 미국이 처한 경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 4.1%의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향후 우리의 경제성장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유동성이 떨어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업활동과 소비 등 전반적인 경기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은은 올해 3.0%에 이를 것이라는 성장률 전망을 2.9%로 낮췄다.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상황이다. 특히 자영업자 부채가 300조 원에 달하는 터에 금리 인상은 최저임금 급등의 여파로 생존 위협에 몰려 있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각종 고용지표는 최악 수준인데 경기가 더 나빠지면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미 간 금리격차가 당장은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위기의 뇌관이라 불리는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낮추고, 폭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만큼 효과적인 처방이 없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본유출 같은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오래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점진적이나마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 이전에 금리 인상의 충격을 덜 받고 고용 문제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보다는 생산적인 실물 경제로 흘러들어가게 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해답이 없다.
#미국 기준금리#금리격차#경제성장#고용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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