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화하는 시대, 예법도 진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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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 시리즈로 연재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가 어제 30회로 마무리됐다. 관혼상제를 비롯해 직장과 공공장소 등 일상 전반에 걸친 불합리한 관습과 예법을 바꿔 나가자는 신예기의 메시지는 사회 각계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첫 회 ‘저승에서 온 조상님 편지’를 통해 제례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도련님’ ‘처남’ 같은 불평등한 호칭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데 대해 여성가족부는 공청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했다.

관혼상제 예법 중 본질을 잃어버리고 허울뿐인 형식만 남은 현실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가 높았다. 가령 조상 제사의 경우 기일에만 지냈던 것이 조선 말 신분제가 무너지면서 명절 제사가 생겨났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청첩장을 남발하고 허례허식이 판치는 결혼 예식 등 혼례문화, 추모보다 조문객들 맞느라 정신없는 장례문화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회적 예법으로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글로벌 시대의 매너와 상반되는 국제 커플에 대한 무례한 시선과 인종적 편견, 권위주의와 연계된 과도한 의전 등 고루한 인습에 대한 개선이 시급했다.

대가족과 농촌공동체 중심의 봉건적 사회에서 물려받은 전통예법의 미덕을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가치와 선택을 존중하는 새 해법을 찾는 것이 당면 과제다. 핵가족 단위의 일상, 저출산 고령화 추세, 1인 가구 급증 등 오늘의 현실에 걸맞은 새 예법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자 한국 사회의 품격을 완성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예법#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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