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태성]지방분권시대 시민 권익 지킴이 ‘지방옴부즈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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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신문고’는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호소할 수 있도록 대궐 밖 문루 위에 달았던 북이다. 백성들은 억울한 일이 있으면 이 북을 쳐 임금에게 알렸고, 북을 친 백성의 억울한 사연은 임금의 직속인 의금부 당직청에서 처리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억울한 사연과 고충은 곳곳에 있다. 중소기업 융자를 기대하고 공장을 증축하다 실수해 준공이 거부되고 부도 위기에 빠진 영세기업 사장이나 습지보호지역 지정으로 어로행위 중지명령을 받고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어부의 사연 등이 그렇다. 모두 해당 구청, 군청에 어려움을 호소했으나 결국 해결되지 않아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제기했다.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이런 고충민원은 거부처분이나 중지명령을 내린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해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관련 법령에 따라 거부처분이나 중지명령을 한 행정기관이 다른 이유나 근거 없이 기존 결정을 스스로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권익위가 존재한다. 국민권익위는 ‘국민신문고’라는 온라인 공공민원 창구를 운영하며 국민 고충을 처리하는 국가옴부즈맨 기관이다.

옴부즈맨은 행정에 대한 고충을 접수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사하고 필요할 때 시정을 권고한다. 시민과 행정기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간편하고 신속하게 해결한다. 옴부즈맨 기관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운영할 수 있다. 지방옴부즈맨은 2005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방옴부즈맨은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3.6% 수준인 33개 지자체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 권리의식은 날로 높아지고 고충민원도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가옴부즈맨 중심으로 고충민원을 처리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지방분권 시대에 맞는 지방 단위의 옴부즈맨 체계를 만들어 주민 권익을 보다 신속히 구제할 필요가 있다.

민선 7기 지방정부 출범과 함께 지방옴부즈맨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울산광역시는 10일 민선 7기 지방정부 최초 옴부즈맨 기관인 ‘울산광역시 시민신문고위원회’를 발족한다. 울산 시민의 고충민원 해소와 시민감사청구, 공공계약 감시 및 평가 등에서 권익 지킴이로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한다. 남상(濫觴)은 순자(荀子) 자도편(子道篇)에서 유래된 말로 거대한 배를 띄울 수 있는 양쯔강 같은 큰 강물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술잔 하나 띄울 만한 적은 물에서 시작된다는 뜻의 고사성어다. 울산 시민신문고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지방옴부즈맨이 활성화된다면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는 권익구제망은 한층 촘촘해질 것이다. 시민의 곁에서 든든한 보호막이 될 것이다.
 
권태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지방분권#지방옴부즈맨#울산 시민신문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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