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루 남은 ‘민생·규제법안 처리’ 약속, 與野또 차버릴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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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민생·규제혁신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17일 합의했다.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 해소를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다는 사실은 참으로 오랜만에 국회에서 들린 희소식이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국회는 또 국민과의 약속을 깰 태세다. 본회의를 하루 앞둔 오늘까지도 각 당 의원들은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적인 규제혁신 과제로 꼽은 은산(銀産)분리 완화도 마찬가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은행자본 소유를 제한하는 대주주 자격에서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을 포함시키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예외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제정을 주장한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모든 기업을 은산분리 규제 완화 대상으로 하되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자격 심사를 거치자고 주장한다.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은산분리 원칙을 둘러싼 명분 싸움의 성격이 짙다.

의원들이 규제혁신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여야는 ‘규제샌드박스 5법’ 중 하나인 지역특구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가 병합 심의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산업위 소속 의원들은 법안이 방대해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논의를 미루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역시 민주당이 보건·의료 영역은 제외하자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 교착 상태다.

이렇게 논의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면 국민적 관심과 대통령의 드라이브 속에서 모처럼 잡은 규제혁신의 기회가 또 무산될지 모른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9월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힘겨루기나 주도권 싸움으로 여야가 벼랑 끝 전술을 펼칠 때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민생은 고용재난으로 신음하고, 국내 기업들은 규제의 밀림 속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의 보고(寶庫)라는 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위한 서비스발전기본법은 2011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7년째 ‘논의 중’이다. 의원들의 과잉 졸속 규제 입법으로 국회는 ‘규제 공장’ ‘규제 폭포’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번에도 여야가 절박한 민생을 도외시하고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는다면 더 이상 국민의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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