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근]자유학기제, 교육을 바꿀 기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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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충청북도 단재교육연수원장
김성근 충청북도 단재교육연수원장
2012년 대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문재인 후보는 대구를 찾아간 자리에서 교육공약 1호를 발표한다. ‘쉼표가 있는 교육- 행복한 중2 프로젝트’. 당시 문재인 후보는 “성적이 미래의 징표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경쟁에서 한 번 뒤처진 아이들은 다시 따라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고 지적하고, 지나친 국영수 위주의 성적 경쟁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잊어버렸다고 진단했다. 또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모르는 아이들은 자존감을 상실하는데 자존감이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는지 되물었다. 그는 꿈이 없는 아이들은 거칠어지게 되고 이것이 학교폭력 등 교육문제의 근원적 원인이라며 “꿈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다시 꿈을 찾아주는 일”이 교육의 중요한 과제임을 역설했다. 그리고 중3 졸업 후 1년간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진로탐색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두어달 뒤, 박근혜 후보는 교육관련 핵심공약으로 아이들의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를 공약했다. 자유학기에는 필기시험 없이 독서, 예체능, 진로 체험 등 자치활동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등 내용은 문재인 후보와 같았다. 입시경쟁 중심의 우리 교육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여야 후보가 똑같이 내어놓은 것이다. 아일랜드 전환학년제를 벤치마킹하는 것까지 똑같다. 그래서 현재의 자유학기제는 정책노하우를 본다면 오히려 ‘문재인표’라고 보는 것이 맞다.

지난 5년간의 우리 교육을 보면 진보교육감들은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워 학교를 변화시켰고,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기반으로 조응했다.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 엄청난 무리수와 갈등이 야기되었던 것과 달리 교육의 근원에 있어서는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같은 길을 걸어왔다. 선행학습을 규제하고, 질문이 있는 수업혁신을 추구하며, 아이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학습이 뿌리를 내렸다. 성장과 속도중심의 산업사회 프레임에서 효과를 내었던 입시 경쟁중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보수-진보는 같았던 것이다.

자유학기제는 학교의 수업변화뿐 아니라 교육과 지역공동체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발전을 했다. 학교는 체험활동과 지역 사회 연구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폐쇄된 교문을 열고 지역사회와 결합을 모색했다. 진보교육감들은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육의 결합을 모색해 나섰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아이키우는 환경을 잘 만드는 것이 지역을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는 인식을 했다. 분리되어있는 교육자치와 일반 자치행정이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되고 협력했다. 특히 지역의 교육생태계를 살리는 일은 인구절벽 시대에 절체절명의 해결과제로 부각되었다.

자유학기제가 처음 시행된 것이 2013년이니까 벌써 6년이 되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유학기제는 1학기에서 1년으로 확대된 자유학년제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보다 더 결합하여 지역의 교육생태계를 활성화해 나갈 것이다. 5년 전, 아쉽게 자리를 내어주었던 문재인표 교육공약 1번 자유학기제가 자존감 잃은 아이들에게 꿈을 돌려줄 수 있도록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근 충청북도 단재교육연수원장
#자유학기제#쉼표가 있는 교육#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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