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러 ‘군사 굴기’, 한반도 둘러싼 강대국 완력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0시 00분


코멘트
중국은 어제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국방비를 지난해 대비 8.1%로 늘려 약 1조1100억 위안(약 189조 원)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6년 전년 대비 7.6%, 지난해 전년 대비 7%로 증가율이 줄었다가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다. 올해 국방비 지출 확대는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군복을 입고 첫 인민해방군 건군절 열병식을 거행하며 “2050년까지 세계 최강 군대를 만들겠다”는 ‘군사 굴기(굴起)’를 피력했을 때 예상된 것이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실제로는 공식 발표되는 예산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일 두마(하원)에서 행한 국정연설에서 “어떤 미사일방어체계(MD)도 뚫을 수 있는 신형 핵 추진 순항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무인 수중 드론과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 등 다른 첨단 무기의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개발의 수준은 확인이 더 필요하지만 러시아에 지역적으로 가까운 유럽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과거 30여 년간의 군축 기조를 폐지하고 저강도 핵탄두 개발 등 핵 현대화를 공식화했다. ‘핵이 아닌 무기의 전략적 공격’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도 밝혔다. 미국은 아직은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 이은 군사비 2위 지출국인 중국과 미국보다 1만 개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러시아가 미국과의 대결 의식 속에 군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 강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곳이 될 수 있다.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하는 도발이 잦아지고 있다. 올해에만도 벌써 두 번째다. 지난달 27일에는 한국 측과의 교신에서 거짓말까지 하며 비행을 강행해 동해안을 따라 근접 정찰비행을 하다 한국 공군 전투기 10여 대와 대치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 쪽에서 실시하는 해상 연합훈련은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전국인대에서 국가주석 임기를 두 회기로 제한한 헌법 조항을 폐지해 2020년 이후에도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다. 푸틴은 18일 대선에서 4번째 당선이 확실시된다. 일본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재집권 이후 올해 예산까지 6년 연속 사상 최대 방위비를 편성했다. 한반도 주변의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경쟁적으로 군비를 강화하는 완력 경쟁을 벌이며 신냉전 체제로 가고 있다. 트럼트식 보호무역주의까지 강화돼 경제적 교역 확대가 군사적 충돌을 막는 제동력까지 약화되면 그 불똥은 한반도로 튈 공산이 크다. 비상한 시점이다.
#중러#군사굴기#국방예산#시진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