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봉인’된 위안부 합의, 日 태도에 미래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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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제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제공한 출연금 10억 엔(약 108억 원)은 손대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재정 지원은 정부 예산으로 하기로 했다. 국가 간 공식 합의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부정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하에 파기는 하지 않되 실질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택한 것이다. 어정쩡한 봉인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12·28 합의의 문제는 본란이 수차례 지적해 왔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공식 인정과 일본 정부의 법적인 ‘배상’ 책임을 얻어내지 못한 채 ‘불가역적’이란 문구를 넣었다. 게다가 피해 당사자들을 배제한 채 진행돼 외교 기술적으로는 얻어낸 게 많았을지 몰라도 과거사 치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면 합의 내용까지 다 공개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흠결을 부각시킴으로써 재협상에 대한 기대만 높여놓은 것도 적절치 못했다. 보다 차분하게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 측이 생각하는 기존 합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일본의 반응을 종합해 결론에 도달했다면 피해자 할머니들의 실망도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간 약속은 약속이다. 12·28 합의에는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는 기왕에 봉인한 합의가 국제사회에서 덧나지 않도록 신중한 행보를 취해야 한다. 어제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를 실행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합의 조항들에는 ‘일본이 약속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이란 전제가 붙어 있었다. 일본은 한국에서 12·28 합의가 외면당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2015년 합의 직후 아베 신조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고 말한 그 순간 이외엔 일본의 진실 호도 행태는 변화가 없었다. 일본이 합의서에서 약속한 것처럼 ‘책임을 통감’하고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밀실합의에 부정적이었던 한국 내 여론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12·28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강경화 외교부 장관#아베 신조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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