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윤창효]약초, 함부로 캐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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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효
산촌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약초 같은 임산물을 채취하는 장면이 항상 방영된다. ‘임야 소유주의 허락을 받고 채취합니다’라는 자막이 나오기는 하지만, 보통 시청자들은 아무 산에서나 그냥 채취하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모든 임야는 소유주가 있다. 사유림은 말할 것도 없고 국유림에서도 임산물을 채취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임산물은 최소한 3∼5년 이상 키워야 채취 시기가 된다. 산양삼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5년 이상 그리고 10년 이상 관리하는 경우도 많다. 임산물 재배자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어떤 피해보다도 인간으로부터 받는 피해가 제일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청정 임산물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산림청 산하 임업진흥원 주도로 청정 임산물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청정 임산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씨앗 검정은 물론이고 생산 관리 등 모든 과정을 인증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농약은 물론 비료도 사용하지 않고, 잡초 제거 정도의 작업만으로 재배한다. 그만큼 수확량이 많지 않다. 자연 친화 임산물을 채취하기까지는 이렇듯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산에서 나는 임산물은 귀하고 효능이 뛰어나다. 요즘은 임산물을 인공으로 재배하는 기술이 발달돼 일부 임산물은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성하여 재배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임산물은 산에서 자라야 한다. 재배 환경이 곧 그 임산물의 가장 중요한, 큰 스펙인 것이다.

최근 중국산 임산물이 많이 수입·유통 되는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 의식이 중요하다. 시장은 소비자가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중국과의 무역을 경험했다. 중국 업체는 돈에 모든 기준을 두기 때문에 인체 피해나 환경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수입업자들이 단가를 낮추기를 원하면 요구하는 금액에 맞춰서 만들어 준다. 따라서 품질이나 위생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국내 수입 시 검색을 한다고 하지만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심지어는 검수용 또는 허가용 제품과 실제 제품이 다른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중국 중소기업들은 항상 일부 선금 및 잔금은 물품 인도 즉시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조건을 달기 때문에 신용에 대한 개념이 없고 당장의 거래만 이뤄지면 끝난다.

중국인들 사이에 자주 오르내리는 농담을 들어보면 가관이다. 한 농부가 씨앗을 사서 씨를 뿌렸는데 싹이 나지를 않았다. 씨앗 판매상에게 찾아가 따졌더니 판매상이 제일 싼 씨앗을 달라고 해서 가짜 씨앗을 줬다는 것이다. 화가 난 농부는 죽어버린다고 집에 있던 농약을 마셨다. 그런데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농약도 가짜였던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는 친환경 농약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청정 농산물과 임산물을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첫걸음은 현명한 소비 의식이다.

윤창효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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