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不法까지 눈감으라고 정부 압박하는 노동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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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을 주재하며 “노사정 타협을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딱 1년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 직전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했다. 특히 민노총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영주 사무총장의 수배 해제와 수감 중인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사면을 요구했다.

양대 노총의 ILO 협약 비준 요구는 사실상 전교조와 전공노(전국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차별 없이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인정하는 ILO 협약은 비준 즉시 효력을 갖는다. 반면 현행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은 해직자와 5급 이상 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결국 노동계가 위법적인 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ILO 협약 비준을 곧바로 시행하지 못한 것도 공론화와 법 개정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배 중인 이 사무총장이 여당 당사를 점거해 특수공무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위원장을 사면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는 것도 법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친(親)노동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과 민노총 출신 노사정위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이 정부의 노동계 편향 정책은 예상됐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기관 성과평가제 폐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의 양대 지침 폐기 등 노동계의 요구는 정권 출범 6개월여 만에 대부분 현실화됐다. 그런데도 노동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동계는 휴일연장근로 임금을 현행 근로기준법(1.5배)보다 많은 2배를 지급하라고 주장하면서 연내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어려워졌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37개국 중 26위다. 2007년 11위에서 10년째 하향세다. 이 주요 원인이 130위로 최하위권인 노사협력 부문이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도 전년보다 36%나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오히려 밖에서 한국의 노동개혁을 주문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계가 점령군이 돼 정부 여당에 들이미는 ‘촛불 청구서’의 견적이 늘어나는 사이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문재인 정부#친노동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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