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노지현]“거기 내정자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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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사회부 기자
노지현 사회부 기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는 측에서 한목소리로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임기제 공무원과 별정직을 박 시장의 측근, 특히 시민단체가 독식한다”는 것이다.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뿐 아니라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서울시의 일반 임기제 공무원은 2017년 현재 964명. 2011년 720명을 감안하면 꽤 증가했다. 2014년 12월 박 시장은 공무원 인사혁신안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공무원의 절반을 전문가로 키우겠다는 것이 혁신안의 취지였다. 외국인과 변호사 전문임기제 전문경력관 등 다양한 외부 전문인력 영입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그 결과 2011년 2명이었던 서울시 소속 변호사는 현재 33명까지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이들이 모두 시민단체 관계자나 박 시장 측근일까. 그렇지는 않다. 서울시가 이숙자 서울시의원(바른정당·서초2)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민생침해 범죄와 관련해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요원이나 교통전문연구요원, 시립병원 의사, 헬기 조종사 같은 공무원이 많다.

하지만 박 시장 비판을 근거 없는 흠집 내기로 보기도 어렵다. 박 시장이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주요 정책 부서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상당수 4∼7급에 포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사회혁신담당관실과 청년정책담당관실이다. 인권담당 공무원으로도 적지 않은 시민단체 인사가 5급으로 들어왔다.

물론 기존 공무원 조직에서는 추진의 한계가 있는 분야로 볼 수 있다. 공공성과 투명성 등 시민단체 특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들의 ‘입성’ 과정이다. 이 의원은 “투명성을 무시하는 채용 절차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올 3월 감사원은 서울시 감사에서 임기제 공무원 채용 업무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2016년 1월 시정 거버넌스 기획·운영을 총괄하는 ‘거버넌스총괄코디네이터’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가급) 1명 채용에 4명이 지원했다. 고졸은 8년 이상, 학사는 5년 이상, 석사는 3년 이상의 유관 경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자리다. 최종 합격자는 A 씨였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해 고졸 학력이었던 A 씨는 8년 2개월의 유관 경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이 중 1년 2개월은 경력 인정이 불가능했다. 감사원은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사실과 다른 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확인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지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박 시장 본인이 오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 거대 도시 서울을 이끄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와의 협력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시민단체 출신 인사의 기용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들을 연구용역이나 위탁업무 등을 선정하는 자리에 앉히는 건 피해야 한다.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를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택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임기제 공무원의 취지는 경직된 공직사회에 신선함과 전문성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력을 쌓은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채용은 이런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적어도 공공기관의 임기제 공무원을 뽑을 때는 ‘블라인드’보다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붙은 사람도 떳떳할 수 없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서울시 일반 임기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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