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저임금 기준에 상여금 포함, 정부가 결자해지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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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와 노동연구원이 어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공청회에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시키거나 숙식비, 연장근로수당 등 모든 임금과 수당을 넣는 방안을,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가 9월 노조와 사용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가 2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다.

이번 개편안은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산정 범위 등을 정책 건의할 최저임금위와 국책기관인 노동연구원이 학계 전문가와 재계 의견 등을 반영해 정책 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친노동 정책을 펴온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릴 경우 닥칠 피해와 부작용에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기준을 바꾸지 않고 내년에 7530원으로 16.7%를 인상하는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2020년에 1만 원까지 올릴 경우 경제계가 받을 부담을 감안하면 노사정이 함께 개편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제 통과된 내년도 예산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지원 몫으로만 2조9707억 원이나 되는 국민 세금을 투입한다. 지속가능한 최저임금제를 정착시키려면 제도적인 보완부터 해야 한다. 최저임금에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만 포함되고 정기상여금, 식비, 복리후생비 등은 빠지는 현행 산입 기준을 버틸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중견기업 말고는 별로 없다.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아일랜드 등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일본과 캐나다 호주 필리핀 등이 업종별로 차등해 최저임금을 설정하고 지역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하는 것도 보편화돼 있다. 우리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전문가들 얘기도 설득력이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될 때까지 현행 기준대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다수 중소 영세기업은 버틸 여력이 없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에 전달한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에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 일부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인천 남동공단 중소기업인의 목소리가 절절하다. 임금을 올려주려다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상황은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최저임금#최저임금 기준#최저임금 상여금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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