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폭격기에 뻥 뚫린 北, ‘힘의 한계’를 공갈로 숨길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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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1B 전략폭격기 편대의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출격에 북한은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제 국가정보원의 국회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23일 밤의 B-1B 출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틀 뒤에야 전투기들을 이동 배치하는 등 동쪽을 강화하는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뒷북 대응 이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폭격기들이 우리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 해도 쏘아 떨굴 권리 등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B-1B의 전격 출격을 알아채지도, 대응 조치도 못 한 것은 허술한 방공망과 낡은 공군전력 등 허약한 군사력의 실체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군도 정면 승부의 위험을 아는 듯 ‘선(先)보고, 후(後)조치’ 지시를 내리는 등 우발적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뒤늦게 미국이 하지도 않은 선전포고를 했다느니, 영해 밖에서도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 비행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 미 국방부는 “무력시위를 포함한 모든 군사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며 더욱 단호한 태도로 맞대응했다.

북한이 동해, 나아가 태평양까지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미국이 NLL 이북 공해상에 막강 전력을 전개한 것은 무모한 북한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적인 무력시위였다. ‘자위권’ 운운하는 북한의 황당한 주장 자체가 그 효과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북한은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또다시 대형 도발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고 정보당국은 내다봤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미국은 해상 봉쇄 수준의 고강도 무력시위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달 말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을 비롯한 항모 강습단이 한반도 해역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갈수록 고조되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은 이제 말의 전쟁을 벗어나 ‘미사일 도발 대 폭격기 출격’ 같은 북-미 간 무력시위 대결로 이어지면서 군사적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대미 협박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오판하고 있다. 핵미사일 완성은 곧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는 착각에도 빠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10·4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핵으로 맞서려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공포를 공갈로 숨길 수는 없다. 북한은 무모한 도발을 멈추고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미국 b-1b 전략폭격기#북한 허약한 군사력#북한 자위권#미사일 도발 대 폭격기 출격#한반도 긴장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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