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發 전술핵 재배치론, 우리도 이대로 있을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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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BC 방송이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와 한일 독자 핵무장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일 북의 6차 핵실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은 “많은 사람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가망 없는 일(nonstarter)’로 보고 있지만 한국이 요구한다면 배제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던 3, 4월에도 비슷한 보도가 있긴 했지만 6차 핵실험 직후 NSC 테이블에 다시 올랐다는 점에서 정책 대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NBC는 백악관 고위 관료를 인용해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일의 자체 핵무장 추진을 막지 않겠다고 중국에 이미 밝혔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안 표결을 앞두고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카드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에도 ‘한일 핵무장’을 꺼낸 적이 있고, 3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그 가능성에 대해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해 엄포로만 들리진 않는다. 미국 내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할 때다.

김정은 정권이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손에 쥐는 것이 가시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찬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서 바뀐 게 없다”며 부정적이었지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4일 국회에서 “검토 가능”이란 다른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입장을 바꿨듯,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검토할 때다. 운영이나 핵탄두 개량 비용 등 방위비 분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긴밀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전술핵을 공동 운영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사드 배치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인 만큼 사드 배치 과정의 국력 소모전을 교훈 삼아 한중 갈등, 무엇보다 남남(南南)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독자 핵무장은 파장이 너무 크고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검토해야 할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근본적인 안보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우리도 가능성의 문을 꼭 닫아둘 필요는 없다. 한일 핵무장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킨다. 중국과 러시아는 계속 대북 제재에 미적거린다면 동북아 핵 도미노를 막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정은은 정권수립기념일인 9일 ‘수소탄 경축연회’를 개최하며 핵보유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우리도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전술핵 재배치론#한일 독자핵무장 허용#한반도 비핵화 원칙#북한 수소탄 경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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