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윤진현]동물복지형 농장보다 방역체계가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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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현 핀란드 동물복지연구소 연구원
윤진현 핀란드 동물복지연구소 연구원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한국 사회가 동물 복지형 농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물 복지형 농장이 이번 파문의 해법이라고 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이번 파문은 양계장에서 진드기 같은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면서 일어났다. 그런데 개방형 농장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은 이러한 기생충뿐만 아니라 살모넬라나 캄필로박터균과 같은 해로운 미생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일각에서는 가금류가 외부에서 사육되면 흙 목욕 등을 통해 진드기를 퇴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개방형 농장에서 사육되는 육용계에서도 외부 기생충과 진드기는 발견된다. 가금류에서 흔한 질병으로 콕시듐이 있다. 이 질병의 원인인 원생 기생충은 사실상 가금류가 사육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 복지형 농장의 가금류에게도 똑같이 위협이 된다. 이 질병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을 시작으로 가금류에 예방용 백신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추세다.

동물 복지형 농장의 산란계들은 건강 면에서 닭장에서 길러지는 것보다 일부 나은 점이 있기도 하다. 또한 스트레스를 줄임으로 인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생충과 미생물 등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의 위험 요소들은 관행 농장과 마찬가지로 동물 복지형 농장에서도 그대로 존재하고, 오히려 방사형 농장의 경우는 위험 수준이 더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질병 관리를 위해서는 농가 내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을 통제하고 외부에서 유입되는 위험 요소들을 전방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역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한다.

우리 양계 산업은 해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몸살을 앓아 왔다. 그동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겨울철 철새가 주요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었는데 올해는 철새의 이동이 덜한 시기에 이미 확진 판정이 났다. 농가 방역체계의 허술함이 불러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동물 복지형 농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철저한 방역체계를 바탕으로 했을 때, 동물 복지형 농장은 가축 질병 관리의 근본적인 대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윤진현 핀란드 동물복지연구소 연구원
#살충제 계란#동물 복지형 농장#조류인플루엔자#농가 방역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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