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베를린 구상’에 ‘한미훈련 중단’ 요구로 간보겠다는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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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다. 조선신보는 11일 “남조선 당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겠다”며 “8월로 예정된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중단을 결단할 수 있는가”라고 촉구했다. 조선신보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로 북한 관영매체는 아니지만 국제사회에 간보기나 의사 타진용으로 입장을 표명할 때 써온 외부용 채널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신보에서 “(베를린 구상이) 친미사대와 동족 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가정법을 쓴 방식으로 반응했다. 노동신문이 문 대통령 방미에 대해 “이런 추악한 친미분자는 처음”이라는 등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의 막말을 쏟아낸 바로 다음 날 대외용 매체를 통해서는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베를린 구상 발표 전인 지난달 22일에도 계춘영 주인도 북한대사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 중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이 이 제안에 콧방귀도 안 뀌니까 한국을 흔들어 보려는 특유의 수법이다. 중국의 쌍중단(핵실험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궤를 같이하는 북의 주장은 한미 균열을 노리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때도 6일 만에 평양방송을 통해 “허튼 소리”라면서 “(남측이) 행동으로 변화를 보이면 민족의 운명을 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그때만 해도 최소한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채널이 완전히 끊긴 지금 상태에서는 대화 자체가 공허한 이야기다. 도발-대화-합의-지원-합의 파기-재차 도발-대화 재개로 반복되는 실패한 대북정책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문재인#베를린 구상#북한 베를린 구상 언급#한미훈련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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