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19+1 회의”… 미국이 중심에 없는 ‘G제로 세계’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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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해 G20이 아니라 미국과 나머지 국가가 대립한 G19+1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미국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 결정에 주목한다”면서도 “(그러나) 나머지 G20 회원국 정상들은 파리협약을 되돌릴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의 시각이 달랐고 공동선언문에도 서로 다른 입장이 들어간 것이다.

2008년 시작된 G20 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7개국(G7) 같은 선진국들만의 정상회의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신흥국을 포함시켜 세계 경제의 리더십을 확대한 것이다. 함부르크 회의를 계기로 G20 회의는 미국 없이 나머지 19개국만으로도 세계 경제의 현안을 풀어갈 수 있을지 가늠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G20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렸다. 미국은 역대 G20 회의와는 달리 어떠한 중심적 역할도 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폐막 기자회견조차 없이 귀국했다. 미국 언론은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별이 아님이 드러났다’고 평가했지만 그것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추구하는 바다. 미국도 세계질서보다는 국익을 먼저 챙기는 보통 국가로 변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보호주의’로 후퇴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군사동맹국들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은 세계 양대 강국 위치를 차지하다 1990년 소련 해체로 소련이 양대 강국 자리에서 내려왔고 이제는 미국이 유일 강국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이 각축하는 G0(제로)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정과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했다. 미국은 한미 관계에서도 시혜를 베풀면서 주도권을 유지하던 과거의 위상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듯하다. 트럼프가 약 3년 반 뒤 물러난다고 해도 상황은 바뀔 것 같지 않다. 변화에 적응하고 그 변화 속에서 어떻게 우리 국익을 키울지 고심해야 할 때다.
#g20#g20 공동선언문#파리 기후변화협약#xmfjav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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