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 대통령, 한미동맹 승리의 새 이정표 만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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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어제 미국 방문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는다. 장진호 전투는 미군 해병 1만3000명이 중공군 12만 명에게 포위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전투다. 그때 미군이 엄청난 희생으로 중공군의 남하를 막아낸 덕분에 문 대통령 부모를 비롯한 20만 명의 흥남 철수가 가능했다. 한미 혈맹(血盟)에 얽힌 문 대통령 가족사를 통해 동맹외교의 첫발을 내딛는 상징적 행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워싱턴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각별한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는다. 문 대통령의 방미는 국빈방문 또는 공식방문보다 의전이 간소화된 공식실무방문 형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상견례를 겸한 환영만찬을 베푸는 등 배려했다. 두 정상 간 첫 만남을 성공적인 회담으로 만들려는 국빈급 예우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두 정상이 만나 나눌 대화가 가볍지만은 않다.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정책 조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하나같이 민감한 의제다. 이미 양국 외교 당국자 간에 사전 조율을 마쳤지만 껄끄러운 쟁점 현안을 두고 두 정상이 덕담만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견을 조율하고 이를 토대로 공동 행보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동맹 관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온 집권여당 대표의 돌출 발언은 실망스럽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한미동맹이 사드로만 맺어진 것도 아니고 사드가 없다고 70년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는 일은 없다는 정부의 거듭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여전히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통령의 동맹외교를 앞두고 여당 대표가 딴죽을 거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추 대표는 전날엔 “사드의 정치적 함의가 커져서 그것이 미중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고 남북 간에 오해가 있고 한다면 그 피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굴기(굴起)는 전쟁 가능성을 높인다고 현실주의 국제정치 학자들은 예견한다. 사드 때문이 아니라 동북아 국제질서의 구조적 현실에서 나온 진단이다. 사드 때문에 전쟁 날 수 있다는 얕은 인식은 한국 외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그런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패권국 사이에 끼인 나라가 살길은 줄타기 외교가 아닌 동맹에 있음은 이미 세계 역사가 증명한다. 미군이 지켜준 피란민의 아들이 한국 대통령이 된 것 자체가 한미가 승리한 동맹임을 웅변한다.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체화(體化)된 동맹의 무게를 깨닫고 한미 관계의 새 이정표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문재인#한미 정상회담#트럼프#한미동맹#대북정책#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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