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의 모바일 칼럼] 김동연, 경제대통령인가 예산부총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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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 “문재인 정부 인사 가운데 가장 국민을 안심시키는 인사”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경제수석,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일자리수석, 이런 분들 사이에서 실제적으로 대통령과 자주 대면하고, 보고하고,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사실 굉장히 걱정이다”고 했다. 김동연을 아끼는 경제기획원 선배 김광림은 판잣집 소년가장이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것을 반기면서도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은 듯했다.
경제부총리의 上典들

비단 김광림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관료사회나 경제계에선 김 부총리가 눈치를 살펴야하는 ‘청와대 상전(上典)’이 한 둘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큰 정부를 지향하는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조직을 엄청나게 키워 놨다. 특히 경제 라인이 심하다. 박근혜 정부에선 경제수석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보좌관, 일자리 부위원장 등이 달라붙게 돼 있다.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도 헷갈린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도 본인은 ‘점령군’이 아니라지만 완장 찬 실세임에 틀림없다. 대통령 관심사에 따라 앞으로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 기구도 얼마나 더 생길지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에 혁신성장과 구조개혁도 한 축을 받쳐줘야 한다는 김동연의 경제철학이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 시장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운다.

권력의 크기는 대통령과의 거리와 비례하는 법이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접근성은 장관보다 청와대 참모가 훨씬 쉽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 얼굴을 보고 수시로 대면(對面)보고 할 기회도 갖는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재벌개혁, 공공개혁 등 국정과제별로 업무를 추진하면 경제부총리는 자칫 예산만 퍼다 주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하성 정책실장과는 경제 컨트롤타워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날이 생각보다 빨리 닥쳐올지도 모른다. 당장 금융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경제팀 조각(組閣)에서 김동연의 의중이 얼마나 반영될지 관전 포인트다. 화려화게 복귀한 김동연이 ‘예산기술자’가 되는 순간 경제팀을 이끌 리더십은 미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누가 경제대통령인가

김대중 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지낸 진념은 경제수장(首長)이라는 말이 저절로 앞에 붙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장관을 호통 친 뒷얘기도 관가에서 회자(膾炙)되곤 했다. 정치인 출신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진 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장관 회의에서 말석에 앉아야 했다. 김동연에게 그런 강한 리더십이 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동연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다. 청와대, 국정기획위, 경제부총리 3각 구도에서 힘의 균형을 추구할지, 아니면 경제부총리에게 맡길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서둘러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재벌개혁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혀 있다. 가야할 길도 무척 바빠 보인다. 전두환 대통령은 ‘천재 관료’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당신이 경제대통령이야”라는 한 마디로 명실상부한 경제 컨트롤타워를 맡겨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굴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전권을 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외환 위기를 극복해냈다. 시장은 문 대통령이 누구에게 “당신이 경제대통령이야”라는 신호를 보낼지 숨죽여 지켜볼 것이다.

최영해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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