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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설]정치폭력 그림자 드리운 2017년 대한민국

입력 2017-02-24 00:00업데이트 201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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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어제부터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사건 이후 처음으로 경찰의 24시간 근접 신변보호를 받고 있다. 헌재가 경찰에 개별 경호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일부 극우 진영의 테러 움직임이 있다는 첩보에 따라 자체 경호를 강화했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정치적 선동이 도를 넘어서면서 헌재 재판관과 유력 정치인의 신변 안전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 된 것이다.

서울 종로구 재동의 헌재 주변은 평일에도 수많은 경찰과 버스로 둘러싸여 있다. 정문 앞에선 각기 탄핵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피켓 시위가 계속된다. 퇴근 시간이면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관용차로 나오는 재판관을 향해 태극기를 흔들면서 고함을 치는 바람에 재판관들은 지하에서 차를 타고 정문이 아닌 옆문으로 나간다고 한다. 이번 주말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들고 만약의 사태로 재판관 2명 이상이 사고라도 당하면 현재 8인 체제인 헌재가 6명이 돼 심판 절차가 중지될 수도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열린 22일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란 극언을 퍼부었다.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 명 이상 죽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헌재 결정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낳을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라지만, 너무 섬뜩하다. 폭력과 테러를 예고하는 선동을 길거리 시위도 아닌 재판정에서 쏟아놓은 것이다. 오죽하면 김 변호사가 회장을 지낸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를 비판하는 특별성명까지 냈을까. 대한변협 차원의 징계는 물론이고 법정모욕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우리 국민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성난 민심에 거대한 촛불을 들면서도 질서 있고 평화로운 시위문화로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과거 무질서가 난무하던 광장에서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물리치고 새로운 광장민주주의로 승화시킨 데 대해 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에 하나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정치폭력이 일어난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시킨 세계 10위권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는 좌우 테러가 횡행하던 해방공간 시절로 추락하는 것이다. 헌재 심판 선고까지 앞으로 20일도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떤 불상사도 없이 승복과 화해의 새 역사를 써 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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