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사학에서 뇌물 받은 ‘교피아’ 前대학과장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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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검이 어제 전북 군산시의 서해대에서 2013년부터 수차례 5000만 원가량의 현금과 골프 접대 같은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교육부 김재금 전 대변인을 구속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김 전 대변인의 혐의를 알면서도 영장 청구 하루 전인 9월 30일 국립대인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으로 발령 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부패 척결’을 강조하는데, 부총리가 비리 연루자 징계는 커녕 제 식구 감싸기 인사를 한 것이다. 더구나 황 부총리는 이번 인사를 교육부 간부들과 의논해 결정했다니 교육부가 비리에 무감각한 것인지 황 부총리 마음이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김 전 대변인의 수뢰 혐의는 이중학 서해대 이사장의 교비 횡령 사건이 없었으면 묻힐 뻔한 사안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이 이사장은 작년 말 경기 ‘죽전타운하우스’ 사업을 인수하면서 교비 14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이사장이 지난해 1월 서해대를 인수하기 전 교육부 간부들과 정치권에 5억 원 상당의 금품을 뿌린 일이 드러났다. 김 전 대변인은 대학 구조조정 등을 담당하는 대학정책과장 시절 이 이사장이 서해대의 새 운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부에서 부실대학을 정상화한다면서 또 다른 부실사업자가 학교를 인수해 비리를 키우도록 도운 셈이다.

서해대는 2011년부터 교육부 평가순위 하위 15% 대학에 포함돼 4년째 학자금 대출제한과 정부 재정지원이 중단되면서 퇴출 위기에 몰렸던 대학이다. 그런데 금년 8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는 중위그룹인 C등급 평가를 받아 내년부터 학자금 대출과 재정지원 제한이 풀리게 됐다. 4년 연속 부실대학이던 서해대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D나 E등급을 받은 다른 대학들이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해대 같은 부실대학이나 지방대학들이 교육부 간부를 ‘관리’하며 비호를 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평가나 사업예산 배정, 비리사학 정상화 과정 등에서 대학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교육부 간부가 김 전 대변인 하나뿐이라고도 믿기 어렵다. 작년 국감에서는 2008년 이후 교육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 가운데 재취업자(55명)의 69%가 대학에, 25.4%가 장학재단 등 유관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교육부의 로비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검찰은 서해대로부터 뇌물을 받은 교육부 관리가 또 있는지 교피아(교육부+마피아)의 부패 커넥션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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