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복 70년, 박 대통령은 ‘아베노믹스 성적’ 능가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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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은 한국에 광복 70년, 일본에는 종전(終戰) 70년의 달이다. 두 나라 모두 역사적 의미가 크지만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거품 경제가 무너진 1990년대 초반부터 장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은 경제 부활 조짐과 함께 활력이 느껴진다. 반면 한국 경제는 활기를 잃으면서 ‘대한민국호(號)’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 리더십만 비교하면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성적표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한 뒤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내걸고 일관되게 경제 부흥 전략을 폈다. 통화확대, 재정지출,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는 패배주의가 팽배했던 일본 경제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1분기 일본 경제는 전(前)분기 대비 1.0% 성장해 0.8%에 그친 한국을 2년 만에 앞질렀다. ‘제조업의 부활’로 기업 실적이 호전되면서 대졸 취업률은 무려 97%, 여성 취업은 195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베노믹스로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재정 적자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겼고, 17일 발표될 일본의 2분기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경기 회복의 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달리 집권 초기 경제민주화와 기업 규제에 관심을 쏟았다. 2014년 초에야 내수 확대와 경제 살리기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지만 그 후에도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규제개혁도 지지부진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덫’에 빠져들었다.

반도체와 철강을 제외한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품목 수출이 부진하면서 수출액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제조업 주력산업이 일제히 흔들리는 ‘산업절벽’이 본격화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일본과 달리 한국 청년들의 구직난은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이다.

나라 경제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정치제도와 문화가 양국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노동개혁법, 산업경쟁력 강화법 등 아베노믹스의 주요 법안을 속속 통과시켰고 야당도 반대는 하면서도 법안을 막진 않았다. 그러나 리더의 신념과 전략도 중요하다. 규제개혁의 저항이 강한 유통, 농업 부문에 대해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아베 총리의 방침은 비슷한 개혁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박 대통령이 내일 국무회의에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경제 살리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대에선 기업만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지도자도 경쟁을 한다. 답답한 경제 현실에는 분명히 여야 정치권의 책임도 크지만 확고한 신념과 결기로 방향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박 대통령의 노력 역시 충분했다고 보긴 어렵다. 광복 70년을 맞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극일(克日)을 이루려면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대통령부터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광복 70년#박근혜#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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