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銀도 성장률 낮추는 경제 난국에 정부는 재탕 정책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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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관광 벤처 건축 부문의 투자활성화 대책과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백두대간 등 일부를 제외한 산악 지역에 대규모 관광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역세권 등에서 재건축을 할 때 용적률을 서로 사고팔 수 있게 하며, 유망 벤처기업을 대기업에 쉽게 팔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민관 합동으로 116조 원을 풀어 수출 경쟁력을 대폭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내용을 보고받고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해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말한 ‘모든 수단’이 이 정도라면 실망스럽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307개 정책 과제 가운데 절반인 152개가 2012년 이후부터 얼마 전까지 각 정부 부처에서 이미 발표했던 재탕 정책들이다. 아직 집행이 끝나지 않은 정책들이라면 다시 내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7차 무역투자진흥회의까지 내놓은 정책들이 얼마나 진척됐고 남은 과제가 무엇이라는 정확한 평가가 함께 나와야 한다. 마치 새로운 정책인 것처럼 포장해서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란 단어를 42번이나 언급하면서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경제는 점점 어려워만 간다. 지난 몇 년간 대내외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으나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대처를 잘못해 내수와 관광업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어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내렸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같은 아시아권인 대만의 전망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도 우울한 수치다. 민간 국내 연구소들이 부정적 성장률 전망을 해왔으나 한은까지 전망치를 낮춘 것은 하반기 다가올 경제 한파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에 이어 중국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는 등 국제적 경제 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이후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었는데도 지난해를 제외하고 계속 2%대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현 정부가 경제를 가장 열심히 외쳤지만 경제 성적은 최악인 정부로 기록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박근혜#경제#정부#재탕 정책#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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