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새로운 성공모델, 연구소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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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봉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김치봉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대마불사(大馬不死)’는 기업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글로벌기업조차 생존을 보장받기 어렵다. 경쟁력 있는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는 2006년경 고민에 휩싸였다. 내수시장의 포화 등으로 기업 성장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회사는 때마침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하던 ‘방사선 이용 고순도 정제기술’을 새로운 승부수로 주목했다. 이 기술을 통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회사를 만들었다. 자본은 한국콜마가, 기술은 원자력연구원이 출자하는 형태였다.

2006년 3월 국내 1호의 연구소기업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렇게 탄생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연구소기업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이런 결합이 가능했다. 연구소기업은 공공 연구기관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기술지주회사 등이 자본금의 20% 이상을 출자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기업의 자본과 마케팅, 경영능력이 공공 연구기관의 뛰어난 기술과 결합해 다른 창업 기업에 비해 생존율과 성공률이 높다. 세제 감면 혜택과 연구기관 합작회사라는 브랜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콜마비앤에이치㈜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진흥재단의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항암치료 보조식품 제조기술은 면역개선 건강기능식품으로, 화장품 제조 나노기술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상용화됐다. 창업 당시 13억 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에는 1739억 원으로 뛰어올랐고 2월에는 코스닥에 기업등록을 했으며 기업의 시가총액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연구소기업의 정착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다. 우선은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정부 지원에만 기댄다면 성공할 수 없다. 공공 연구기관은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설립부터 성장까지의 생애 전 주기를 지원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23일 대전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연구소기업 100호 탄생 기념식’이 열렸다. 여기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진흥재단이 연구소기업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로 끝나는 연구소기업 세제 감면 혜택을 연장해 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전하고 싶다. 공공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연구소기업의 문을 두드리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같은 성공 모델이 많이 나와 전국의 연구개발특구에 축포가 자주 터지기를 기대한다..

김치봉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대마불사#글로벌기업#한국콜마#콜마비앤에이치㈜#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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