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건 파문 속 골프접대 받은 靑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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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실이 바람 잘 날 없다. 지난달 음종환 행정관이 술자리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퇴하더니 이번에는 민간업체 간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행정관이 내부 감찰에 걸려 사표를 냈다. 공직 기강과 사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의 일탈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잡음이 심한 편이다. 윤창중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정권 출범 초장부터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후 금품과 향응을 받은 행정관들의 무더기 적발, 민원비서관의 지방선거 개입, 총무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가족관계등록부 조회에 이르기까지 잊을 만하면 일탈이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십상시(十常侍)’니, ‘문고리 권력 3인방’이니 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등장하는 ‘정윤회 문건’ 파문은 압권이었다. 검찰 수사에서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조응천 비서관과 박관천 행정관이 문건의 허위 작성과 유출을 주도한 것으로 결론 났으나 사실 확인과 수습 과정에서 청와대는 심각한 무기력과 무능력을 드러냈다. 민정수석이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지시를 거부하는 항명 사태도 있었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비리나 일탈 사건이 터지면 엄중히 처벌하기보다는 파견 공무원은 원래 부처로 복귀시키고, 외부 채용 인사는 사표를 받는 식으로 처리했다. 원대 복귀와 사표 처리 자체가 ‘강력한 징계’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었다. 심지어 정윤회 문건 파문도 ‘개인적인 일탈’로 규정했다. 이런 잘못된 인식과 느슨한 처벌이 직원들의 비리와 일탈에 대한 불감증을 키웠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권부다. 근무자들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남달라야 한다. 비서실이 엉망인데 어떻게 공직사회에 기강을 말할 수 있겠는가. 공직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의 사슬을 끊으려면 청와대부터 비리와 일탈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새 비서실장이 온다면 전체를 갈아엎어서라도 청와대 기강을 확실하게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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