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세 없는 복지’ 폭탄, 당청이 떠넘기기 할 때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0시 00분


코멘트
어제 국회에 출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관련해 “복지 문제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최대한 지하경제 양성화나 세출 조정을 통해 세수(稅收) 확보를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증세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를 하지 않고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 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사실상 지킬 수 없는 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그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밝힌 것은 현행 복지 재정의 한계 상황을 지적한 말이다. 이런 마당에 최 부총리가 여야 정치권이 먼저 해법을 내달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책임 회피와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실천 불가능한 약속을 내세웠던 것을 먼저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달라진 형편에 맞게 수정된 복지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모든 것을 국민 앞에 털어놓고 동의와 선택을 구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그나마 솔직한 자세라고 할 만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복지 구조조정 논의에 대해 “무상복지의 틀은 흔들 수 없으며 필요한 재원은 ‘부자 증세’로 마련해야 한다”며 반대한다. 이명박 정부 때 25%에서 22%로 낮춘 법인세를 다시 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복지와 세금 구조의 수술을 여야 정치권에 맡긴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하면 복지 구조조정은 크게 왜곡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선 여당과 먼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한 뒤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정부가 복지 축소에 따른 수혜층의 반발과 증세에 따른 부담을 지려 하지 않고 국회에 ‘폭탄’을 떠넘기려 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가 “(집권 후) 2년 동안 두 차례밖에 없었다”고 비판한 고위 당정청 회의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경환#증세 없는 복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