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의 스포츠 뒤집기]김성근의 불통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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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스포츠는 세상의 축소판이다. 관객은 재미에 박수치고 감동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뒤편에는 고뇌와 좌절, 배신과 음모도 출렁인다. 20년 넘게 체육기자를 하며 지켜본 스포츠의 알려지지 않은 뒷면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한화 사령탑으로 프로야구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73). 그는 야신(野神)이 되고 난 뒤에도 걸핏하면 야인(野人)으로 쫓겨나는 악순환을 겪었다. 4년 전 그가 SK에서 잘렸을 때 ‘일흔이 넘어서도 진화할 김성근 야구를 이제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나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김성근은 승승장구했다.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허민 구단주가 그를 모셔 갔다. 가을만 되면 감독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초청강사가 됐다. 불통의 리더십이 소통의 사회에서 빛을 본 것이다.

김성근의 리더십에 굳이 불통을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고집불통이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딱 하나, 야구다. 그 시작은 열정이고, 끝은 승리다. 다른 건 없다. 무지하게 힘이 들지만 메시지가 명확한 만큼 조직의 결속력은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김성근의 리더십은 비정하다. 그를 간절히 원하는 자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자식으로 받아들인다. 무한책임을 지는 아버지의 마음이다. 반대로 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가능성이 높아도 아웃이다. 그에겐 호불호가 확실하다. 그만큼 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성근은 3개월 전 청와대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 없는 리더는 아무 쓸모가 없다.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내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인연을 맺은 김기춘 비서실장은 3년 연하의 김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김성근의 리더십은 국가 경영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에선 피아가 분명하지만 국민을 그렇게 나눠선 안 된다. 국민을 상대로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성근은 자신의 고집이 소통의 다른 면이란 사실을 세월을 통해 증명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강의를 듣는 이들이 오랜 고통 속에 얻은 소통의 가치는 경시한 채 왠지 멋있어 보이고 손쉬운 불통 쪽에 더 무게를 두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zangpabo@donga.com
#김성근#불통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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