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는 현직 검사 차출 안 하겠다는 약속 지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현직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금지’를 공약했다. 이 공약은 취임과 동시에 깨졌다. 당시 인천지검 부장검사이던 이중희 부산지검 2차장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민정비서관으로 임명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 비서관이) 검찰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 비서관은 지난해 5월 청와대를 떠난 뒤 검찰에 복귀했다.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에 유일준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내정했다. 그는 내정 직전 사표를 제출했다.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검찰청법 규정을 교묘하게 피하는 ‘꼼수’다.

유 지청장은 검찰에 복귀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켜질지는 알 수 없다. 이번 정부에서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은 유 지청장까지 포함하면 11명째다. 1997년 현직 검사의 청와대 근무를 금지한 검찰청법 44조 2항이 생긴 이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도 현직 검사에게 사표를 내게 한 뒤 청와대로 보냈다가 검사로 복귀시키곤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신현수 사정비서관이 복귀하지 않은 유일한 사례였다.

과거 청와대에 파견된 검사들은 청와대와 검찰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검찰 내 선두주자들이 주로 발탁되고 복귀하면 검찰 요직을 맡았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으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건 처리 때마다 검찰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청와대 내부 업무 조정으로 민정비서관실의 비중이 커졌다. 정부 부처 3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감찰 기능을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넘겨받았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도 관여하게 됐다. 청와대는 현재 공석인 민정비서관까지 또다시 현직 검사로 채울 것인지 묻고 싶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편법 인사의 유혹을 끊지 못하면 국회가 견제를 해야 한다. 딱하게도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을 막기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 3건이 국회 법사위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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