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 개혁, 국민 눈속임 할 생각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03시 00분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연금을 줄이는 대신 퇴직수당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비교해 공무원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퇴직 때 주는 퇴직수당을 높인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근로자들은 국민연금과 별도로 퇴직금을 받지만 공무원들은 퇴직수당이 적다는 것이 이유다.

공무원 퇴직수당은 일류 대기업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중앙부처에서 32년간 근무하고 4년 전 1급으로 퇴직한 어느 공무원은 퇴직수당을 9000만 원 받았다. 17년간 근무하고 올해 6급으로 퇴직한 다른 공무원은 2000만 원을 수령했다. 정부는 공무원의 퇴직수당이 민간기업 퇴직금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민간기업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퇴직금 수준은 회사에 따라 천차만별인데도 정부는 어느 기준에 맞추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은 다양한 직급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대기업 기준으로 퇴직수당을 맞춰줄 수는 없다. 공무원연금의 수령액이 줄어드는 만큼 퇴직수당으로 보전해 준다면 연금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지금처럼 정부가 직급별 근속연수별 연금과 퇴직수당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공무원연금 개정을 추진한다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퇴직수당 인상은 퇴직연금을 정착시키려는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2016년부터 300∼500인 이상 기업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해 퇴직금을 점차 퇴직연금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공무원연금은 1995년부터 세 차례 손을 봤지만 적자는 점점 불어나고 있다. 정책 수립의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스스로 연금을 조정하는 ‘셀프 개혁’의 한계 탓이다. 2009년 기존 공무원이 받는 연금을 그대로 두고 신입 공무원 연금만 깎은 것은 대표적인 ‘무늬만 개혁’이었다. 국민연금은 전부터 기존 가입자들도 ‘더 많이 내고 덜 받도록’ 바꿨다.

올해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보전해 줘야 할 금액은 2조5000억 원이다. 향후 5년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22조 원의 세금을 퍼부어야 한다. 지난해 퇴직 공무원 1명이 받은 연금은 월평균 219만 원으로 국민연금 84만 원의 3배에 가깝다. 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거나 국민의 눈을 속이려 든다면 호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공무원연금#퇴직수당#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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