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리인하 이후 구조개혁 못하면 ‘잃어버린 20년’ 맞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가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낮아져 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의 금리다. 41조 원의 재정 확대정책에 이어 금리까지 경기 부양을 받쳐줌으로써 16일 취임 한 달을 맞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활성화 대책은 더 힘을 얻게 됐다.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비판도 있지만, 한은은 시장과의 소통,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택했다.

이번 조치를 통한 경제심리 개선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증가로 이어지려면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는 활력을 잃은 경제에 일시적인 회복 주사를 놓는 데 불과하다. 최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현상을 유지한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맞은 것은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경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확대와 금리인하를 거듭했지만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채 미봉책만 쓰다가 나랏빚만 키웠다.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역시 ‘세 개의 화살’ 중 재정확대와 양적완화 같은 경기부양책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에 목표를 둔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가 의심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 사설에서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는 것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구조적 취약점을 꼽았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꺼리고 일자리는 늘지 않아 이미 ‘구조적 저성장’의 길로 접어든 징후마저 보인다. 최 부총리는 12일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고 노사정위원회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단기적 경기활성화를 장기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가려면 규제 완화와 산업혁신,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구조개혁 없이 경기활성화만 밀어붙이다가는 일본이 벗어나지 못해 안간힘 쓰는 ‘잃어버린 20년’의 길로 우리나라가 뒤따라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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