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앙대처럼 ‘교수 철밥통’ 깨는 대학 더 많아져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중앙대가 최근 5년간 연속해서 연구성과 최하 등급(C)을 받은 교수 4명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그동안 대학사회에서 연구 실적이 미흡한 교수를 승진이나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킨 일은 있었지만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를 비리와 관계없이 징계한 적은 거의 없었다. 중앙대의 이번 조치는 한번 임용되면 무조건 65세까지 지위를 보장받는 교수들의 ‘철밥통 관행’을 깨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앙대의 개혁 조치는 2008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한 후 본격화됐다. 교수들을 평가해 연봉과 연계하고, 강의 평가와 연구 실적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공개했다. 학과와 전공에 대한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장기적 안목으로 사회적 과제를 연구하고 진리를 추구해야 할 대학에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도전정신을 잃고 특권에 안주해온 국내 대학 풍토에서는 중앙대 같은 곳이 더 늘어나야 한다.

한국 대학들은 국제적인 평가에서 뒤처진다. 영국 대학평가기관인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올해 ‘세계대학 랭킹 400위’에서 서울대는 44위, KAIST 56위, 포항공대 60위, 연세대 109위에 그쳤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다 세계 15위권인 경제 규모에 비하면 대학 경쟁력이 낮다. ‘최고의 인재들을 뽑아다 둔재로 만드는 곳이 한국 대학’이라는 혹평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런데도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 품질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하기는커녕 잿밥에만 눈이 어두운 사례가 종종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 성악과의 교수 채용 분란처럼 파벌 싸움으로 날이 새거나, 김명수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처럼 남의 논문을 표절하고도 관행이라고 변명하는 일도 있었다.

교육부는 올해 초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이르는 데다, 시설 및 교육 체계도 제대로 안 갖추고 등록금만 챙기는 부실 대학이 많다. 황우여 신임 교육부 장관은 8일 “대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에 좌절하지 않도록 반값 등록금을 목표대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력 있는 대학까지 똑같이 정원을 줄이는 식으로 형평성을 앞세우거나 반값 등록금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대학들이 특성화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엄격한 교수 평가가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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