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의부터 통과까지 야당 중진들의 짜고 친 입법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6일 03시 00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야당 중진 의원 3명의 ‘입법 비리’를 정조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이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름에서 ‘직업’을 빼도록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을 개정해 달라는 입법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다. SAC는 2년제 직업전문학교로 출발했다가 2009년 4년제 학사학위를 주는 학점은행 교육기관으로 인가받았다. 교명에서 ‘직업’이 빠지면 정규대학처럼 보일 수 있다.

4선인 신계륜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법 개정안이 올해 4월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과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었던 신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법안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역할까지 했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은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새누리당 김성태 소위원장이 “(신계륜) 위원장실과 고용노동부가 각별하게 관심을 갖고 협의가 끝났다고 하니 처리하자”고 주장해 결국 통과됐다.

교육부도 반대 의견이 강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는 교육부 의견도 듣지 않고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었던 3선의 신학용 의원이 교육부를 무마하는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3선인 김재윤 의원도 18대 환노위 야당 간사를 지낸 바 있다. 이들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야당 중진의원들이 국회의 입법권을 조직적으로 농락했다는 비판을 받을 일이다.

야당 일각에선 수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 박상은 의원에 대한 “물 타기 수사”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비리 수사에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철피아’(철도청+마피아)를 대변해온 조 의원, 해운비리와 관련된 박 의원에 대한 수사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국민이 뽑은 의원들이 입법이나 소관 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관피아’ 못지않은 비리다. 입법 로비를 과연 야당 의원들만 받았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난해 4월 23일 간판을 내린 후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첫 수사다. 중수부 없는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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