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상파 ‘광고 몰아주기’ 나선 방통위, 방송장악 의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5일 03시 00분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제3기 비전 및 주요 정책과제’는 지상파 방송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기 위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의 광고총량제 도입을 중심으로 지상파의 다채널방송(MMS) 서비스를 실시하고, 중간광고 도입도 검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 사항을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통 큰 선물’을 안기는 셈이다. 정부가 ‘지상파 대리인이냐’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집중해 내보낼 수 있는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의 광고 수입은 연간 1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지상파 3사(계열사 포함)는 한 해 방송광고 매출액의 3분의 2를 가져가고 있다. 전체 광고시장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지상파에 중간광고까지 허용하면 지상파들의 독과점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다른 방송 사업자들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지상파의 인기 프로그램에 광고가 집중되면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 앞뒤에 배치하는 광고가 현행 6분에서 12분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청자 권익에는 눈감고 지상파의 수입 극대화에만 방통위가 발 벗고 나서는 꼴이다. 지상파가 광고 확보에 집착하다 보면 프로그램 내용은 더 선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불륜 패륜의 막장 드라마를 양산하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공영방송 KBS, MBC의 시청률 경쟁을 더 부채질할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진행하는 공정성 평가와는 별개로 방통위가 공정성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방송사 재승인 때 이를 반영하겠다는 방안도 납득할 수 없다.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각기 비슷한 평가를 하는 것은 이중규제다.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에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방송을 길들이고 장악하는 수단으로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평가기준을 방통위 같은 정부기관이 만든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새로 구성된 방통위의 정책이 전체 미디어 산업 구조의 변화를 보지 못한 채 지상파 편애(偏愛)로 균형 감각을 잃은 것은 실망스럽다. 지상파의 독과점 체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이 공존할 수 있을 때 미디어산업은 발전한다. 방통위는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공짜로 사용하는 대형 방송사에 특혜를 줄 일이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 광고시장을 확대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지상파 광고 몰아주기 정책이 다른 대부분의 방송을 죽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지상파와 비지상파가 상생하고 전체 방송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상파 방송#다채널방송#중간광고#광고총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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