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임우선]스파이의 징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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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산업부 기자
임우선 산업부 기자
“전 스파이앱이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제발 스파이앱 이름 좀 알려주세요.”(독자 A 씨)

최근 ‘스파이앱’의 현황과 사생활 침해 위험성을 조명한 기사를 보도했다. 스파이앱은 한 달에 4만 원 남짓한 비용만 내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앱이다. 감시하고픈 상대방의 스마트폰에 깔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다. 문자, 통화 내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내역은 물론이고 사진, 인터넷 검색기록 등 스마트폰 속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원격으로 마이크를 켜면 스마트폰 주변 소리까지 녹음할 수 있는 소름 끼치는 앱이다.

기사가 나간 뒤 독자들로부터 많은 e메일을 받았다. ‘위험성을 경고해줘서 고맙다’거나 ‘스파이앱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 등을 묻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다수 e메일은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 것 같다. 스파이앱 이름을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답장을 보냈다. ‘당초 기사의 목적은 스파이앱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지 스파이앱 자체를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름을 익명 처리한 것’이라는 내용으로.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스파이앱 이름을 버젓이 명시한 다른 언론사들의 ‘유사 보도’가 잇따랐다. 반면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련 ‘관(官)’의 움직임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당초 기사 목적은 ‘신생 기술’인 스파이앱의 존재에 대해 알리고 정부 등 관리감독 기관의 발 빠른 대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건 대중과 언론뿐이었다. 스파이앱의 사생활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공백은 여전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차원에서나마 스파이앱에 대처할 수 있는 몇 가지 자구책을 공유할까 한다. 먼저 보안 전문가들은 스파이앱의 감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의 물리적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스마트폰을 가져가 앱을 깔 수 있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자신만 아는 비밀번호나 보안패턴을 설정해 둔다면 원치 않는 앱 설치를 조금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스파이앱의 가장 큰 맹점은 설치 사실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백신을 돌려도 발견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많다. 하지만 설치 여부를 의심할 수 있는 몇 가지 징후는 있다. 보안업계 전문가는 “만약 갑자기 데이터 소모량이 폭발적으로 늘거나 휴대전화 배터리가 빨리 닳을 경우 스파이앱 설치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파이앱은 데이터나 와이파이망을 통해 끊임없이 스마트폰 속 정보를 외부로 보내기 때문이다.

실제 의도적인 감시 목적을 갖고 설치된 스파이앱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모르고 설치한 일반 악성 앱 가운데 스파이 기능을 가진 앱이 있을 경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마트폰 ‘설정’탭에 들어가 배터리 정보를 확인했을 때 자신이 별로 쓰지 않은 특정 앱이 지나치게 많은 배터리를 잡아먹고 있다면 해당 앱은 악성 앱일 가능성이 높다.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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