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음-카카오, 한국식 포털 횡포 끝내고 세계로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국내 2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1위 모바일메신저업체 카카오가 합병해 다음카카오를 출범시킨다. 다음의 시가 총액은 약 1조 원, 비상장 기업인 카카오의 합병주가기준가치는 3조2000억 원으로 한국 정보기술(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합병이다. 네이버가 독주하고 있는 포털과 모바일 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설립된 다음은 한메일 카페 미디어다음 검색 등으로 한때 국내 인터넷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네이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06년 세워진 카카오는 2010년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히트하면서 모바일 시대 플랫폼의 강자가 됐지만 게임 사업과 해외시장 진출 부진으로 고심했다. 합병을 통해 다음은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카카오는 다음의 콘텐츠와 광고네트워크 등 비즈니스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형식상으로는 상장기업인 다음이 비상장사인 카카오를 흡수하지만 기업 가치로 보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성격이 짙다. 다음카카오가 예정대로 10월 출범하면 최대 주주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되고, 현재 다음의 최대 주주인 이재웅 전 대표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IT산업에서 ‘모바일이 PC 인터넷을 먹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다음카카오와 네이버의 과점 체제가 한국의 IT업계나 소비자들에게 꼭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보장은 없다. 다음카카오의 글로벌 경쟁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다음카카오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국내 양대 포털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은 지금까지 ‘포털 권력’을 이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고, 언론 흉내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둘러싸고도 네이버와 다음이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뉴스 편집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합병이 몸집 불리기에 그치고 왜곡된 포털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몇몇 대주주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혹평이 나올 수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합병#다음카카오#네이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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