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서울대의 反지성 총장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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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제로 처음 치러지는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오세정 성낙인 강태진 교수가 최종 후보로 압축되면서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외부인사가 포함된 이사회는 6월 중 이들 가운데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도가 위헌이라는 서울대 일부 구성원들의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서울대 총장 선거는 역사상 가장 복잡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는 총장후보 대상자의 소견 발표 및 질의응답을 거쳐 예비후보를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정책토론, 합동연설, 정책평가를 거쳐 3명을 뽑아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 직원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이 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한 결과(40%)와 총추위 투표 결과(60%)를 합산해 최종 3인을 선발한다. 그런데 정책평가단이 248명이나 되다 보니 이들을 겨냥한 급여 인상, 과천캠퍼스 건립 등 포퓰리즘적 공약이 판쳤다.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대 교수로 한정됐던 자격요건이 완화되면서 후보자가 크게 늘었다. 자격 완화 이유는 개혁 성향의 훌륭한 외부인사가 총장에 응모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그동안 나이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했던 ‘총장병 환자’들이 대거 얼굴을 내밀었다. 후보자 12명의 평균 연령은 61.75세였다. 서울대 순혈주의를 타파하기는커녕 경기고-서울대를 나온 소위 KS라인이 주름잡았다. 심지어 총추위 30명 중에서도 경기고(경기여고 포함) 출신이 30%(9명)였다.

▷학내 분열, 돈 선거 등 온갖 폐단을 낳는 직선제를 폐지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선거 과정을 보면 간선제도 직선제 못지않게 문제가 많다. 포퓰리즘, 흑색선전,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은 직선제와 똑같지만 간선제하에서는 후보자와 투표권자의 친소관계가 투표 결과에 미칠 영향력은 더 클 수 있다. 이런 반(反)지성적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고 서울대를 지성의 전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서울대 총장 선거#간선제#오세정#성낙인#강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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