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셰익스피어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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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은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지 4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년 뒤엔 그의 타계 400년을 맞는다. 향후 3년간 세계 연극계는 여러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인기는 여전하다. 천심만혼(千心萬魂), 즉 다양한 인간상과 숭고한 영혼을 누구보다 잘 표현했다는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점만으로는 그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인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 절절한 대사의 매력도 한몫을 한다. ‘리어왕’은 권력을 일찍 자식에게 넘겨준 왕이 겪는 비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날 리어왕은 세 딸에게 묻는다. “노년의 걱정거리 훌훌 털어 넘겨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을 향해 기어가겠노라”며 “나라를 물려줄 테니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보라”고 말한다.

▷첫째와 둘째 딸의 답변은 세상의 모든 아부를 모아놓은 느낌이다. “사물을 보는 눈, 무한한 공간, 끝없는 자유보다 소중한 분”이라고 첫째 딸이 말하자 둘째 딸은 “언니와 같은 마음이지만 덧붙일 게 있다”며 “오직 아버님에 대한 효도에서 행복을 느낄 뿐”이라고 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선 빚을 못 갚을 경우 1파운드의 살덩이를 요구한 유대인 샤일록을 악인으로 그리지만 한편으로 핍박 받는 민족에 대한 연민을 감추지 않는다. 빚 보증을 선 안토니오에게 샤일록이 “내게 침을 뱉고 발로 찼으며 ‘개’라고 했다”고 절규하는 대목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인간이 최악의 순간까지 몰려서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리어왕은 딸들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뒤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오셀로는 질투심에 빠져 아내를 죽인 뒤에야 오해를 알아차린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당한 우리 사회는 슬픔에 빠져 있다. 국가 개조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역시 때늦은 반성이다. 이번에야말로 더이상의 실패를 줄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연극계에도 셰익스피어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지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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