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게임 셧다운 합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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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지시킨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7(찬성) 대 2(반대)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문화연대와 게임업계가 제기한 위헌소송에서 청소년의 높은 게임 이용률을 고려할 때 심야시간대 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합헌 결정의 중요한 근거는 “게임의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다”는 대목이다. 즉, 중독이 된다는 이야기다. 게임에 몰입하면 쾌락중추가 자극되고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한창 행복한 상황을 강제적으로 중단하기란 어른들도 쉽지 않다. 흡연자에게 담배를 빼앗거나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에게 TV 리모컨을 빼앗는다고 상상해 보라. 하물며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은 더하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의 게임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한 어머니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아들이 게임을 한다는 걸 알고 게임회사에 전화해 게임 ID를 삭제했다. 이튿날 어머니 방문 앞에 아끼던 애완견이 죽어있었다. 아들은 “엄마가 내 게임 ID를 없앤 것은 애완견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중독센터에는 이런 사례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얼마 전 PC방에 가려고 두 살배기 아들을 죽인 20대 아버지도 게임 중독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셧다운제를 ‘철폐해야 할 규제’로 규정해온 게임업계는 이번 결정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러나 합헌 결정은 셧다운제의 법률적 정당성을 확인한 것일 뿐 실효성을 입증한 게 아니다. 2011년 11월 셧다운제가 실시됐지만 실제로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스마트폰 게임까지 확산 중이다. 게임 규제 권한을 둘러싼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싸움도 볼썽사납다. 헌재가 셧다운제에 면죄부를 준 건 맞다. 하지만 셧다운제가 만능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청소년#온라인 게임#셧다운#행동자유권#게임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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